조선시대에는 매년정초가 되면 궁궐과 여염집에서 벽사의 수호신으로 호랑이를 그려 대문이나 집안 곳곳에 붙였다. 여기에 등장하는 호랑이도 사납고 용맹스러운 험상궂은 모양은 아니다. 우리 호랑이는 칼이나 창을쥐고 두눈을 부릅뜬 중국의 수호신이나 불교의 험상궂은 사천왕상과는 대조적인 웃음기를 띄고 있다. 사납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다. 위엄이 있으면서도 무섭지 않고 늠름한 자태, 이것이 우리 호랑이의 모습이다.
호랑이는 용험스러운 짐승이라서 사람에게 해를 가져오는 화재, 수재, 풍재를 막아주고 병난, 질병, 기근의 세가지 고통에서 지켜주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벽사의 뜻으로 그려지는 호랑이 그림중에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것이 있는데, 이 그림속의 호랑이는 대개 포효하는 모습니거나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악귀를 향해 정면으로 도전하여 물리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것이다. 배경이 되는 대나무도 벽사의 의미를 지니는데, "대나무가 타서 터지는 소리에 귀신이 놀라 달아났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림이 아니더라도 호랑이가 벽사의 의미로 사용된예는 호랑이 발톱노리개나 시집가는 신부의 꽃가마에 덮는 호피 문양의 가마 덮개, 또는 상여나 무덤가에 세웠던 호상같은 것들이 다 그것들이다. 이것은 어떤 자연물이나 인공물을 몸에 지니거나 접촉함으로써 그 주력의 힘이 미친다는 숭배에서 비롯된것이다.